1. 서론
북한의 제재 회피 전략은 지난 수십 년간 제3국과의 협력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점차 독자적인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수준이 더욱 강화됨에 따라[1,2], 북한과 제3국 간 협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이 새로운 방식의 제재 회피 수단을 모색하게 만들었으며, 특히 사이버 공격과 암호화폐 탈취가 대표적인 독자적 회피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에 Early(2009)가 제시한 제재 회피 이론(Sanctions Busting Theory)은 제재 대상국이 제3국과의 협력을 통해 제재를 회피하는 방식에 중점을 둔다 [3]. 제3국은 '흑기사(Black Knight)' 역할을 하며, 제재 대상국에게 필요한 자원과 금융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제재의 효과를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북한은 제재 회피 이론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중국과 러시아 같은 국가들은 북한과의 무역과 자원 공급을 통해 북한의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2,4]. 그러나 2020년대 들어 국제사회의 감시가 더욱 강화되고, 미국의 2차 제재로 인해 제3국이 북한과의 협력에서 벗어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북한의 제재 회피 전략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즉, 기존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발생할 것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여, 기존 이론의 설명력을 더해 독자적 제재 회피 이론을 새롭게 제시한다. 이 이론은 제재 대상국이 더이상 제3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제재를 우회하거나 완화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특히,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암호화폐 탈취는 제3국의 물리적 지원 없이도 독자적으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이버 공격을 통한 금융 탈취는 북한이 제재로 인한 자금 부족을 메우고 핵 및 미사일 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주요 경로로 활용되고 있으며[5], 이는 북한의 독자적 제재 회피 전략의 핵심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본 연구는 텍스트마이닝을 활용하여 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기록된 북한의 제재 회피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다. 특히, 밀수, 선박 간 환적, 불법 거래와 같은 전통적인 제재 회피 수단과 비교하여, 사이버 공격과 암호화폐 탈취의 빈도와 그 변화 추이를 시계열적으로 논의한다.
연구 결과, 북한은 제3국의 협력에 의존하던 초기의 제재 회피 전략에서 벗어나, 사이버 공격과 암호화폐 탈취를 통해 독자적인 자금 확보 및 제재 우회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2023년과 2024년에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암호화폐 탈취가 급증한 것은 북한이 더 이상 물리적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디지털 영역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며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독자적 제재 회피 이론을 통해 북한의 최근 제재 회피 전략을 뒷받침하며, 사이버 위협 중심의 제재 회피에 대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본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2장에서는 기존 제재 회피 이론을 설명하고 북한의 전략 변화에 따른 독자적 제재 회피 이론을 제시한다. 3장에서는 유엔제재 및 미국제재 사례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를 논의한다. 4장에서는 UN 전문가 패널보고서를 기반으로 북한의 제재 회피 전략의 변화를 시계열적으로 분석한다. 결론에서는 북한의 독자적 제재 회피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언한다. 이 논문은 최근 북한 사례를 바탕으로 기존 이론의 확장 필요성을 제시하며, 대북제재 설계에 관한 대안적인 관점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2. 이론적 배경
2.1. 제재 회피 이론과 기존 이론 확장의 필요성
경제제재는 국제사회에서 매우 활발하게 사용되는 정책 수단이나, 제재 효과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6]. 북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는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하에서도 핵 개발을 멈추지 않았으며, 핵을 국가전략의 주요 우선순위로 제시하였다 [7]. 제재 대상국은 경제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이나 미사일 실험과 같은 안보 이슈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8].
그렇다면 제재 대상국은 어떻게 강력한 경제제재를 버틸 수 있을까? Early(2009)는 제3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제재가 실패한 이유를 설명한다 [3]. 제3국은 정치적 요인에 따라 제재에 협력하거나 제재 대상국과 경제적 교류를 지속할 수 있다. 제3국의 지원은 제재 대상국이 제재로 인한 경제적 압박을 상쇄할 수 있는 중요한 경로가 된다 [9]. 최근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속에서의 중러 협력 역시 제재 회피 이론을 뒷받침한다 [10]. 대북제재 하 중국의 협력 역시 제재회피 이론을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중국은 북한의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2,4]. 그러나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기존의 협력 기조를 내려넣고 제재 레짐에 동참하기 시작하였다 [11].
이러한 경향은 제재 회피 이론이 확장될 수 있는 지점을 시사한다. 전통적으로 제재 회피 이론은 제재 대상국이 제3국과 협력하여 제재를 회피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제재 강화에 따라 제3국의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제재 대상국은 제3국의 지원 없이도 독자적으로 제재를 회피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경우, 제재가 강화되면서 제3국과의 협력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었고, 사이버 공격과 같은 독립적인 제재 회피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12].
2.2. 독자적 제재 회피 이론
기존 제재 회피 이론은 주로 제3국과의 협력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제재 대상국의 국제적 의존성을 강조한다. 반면, 독자적 제재 회피 이론은 기존 이론에 더해 제재 대상국이 기술적 발전과 사이버 공간을 활용해 제재를 우회하는 새로운 경향을 설명하며, 제재 대상국의 자율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전환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고, 제3국에 대한 2차 제재와 같은 압박 수단이 효과를 발휘함에 따라 발생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림 1>은 전통적인 제재 회피 이론과 독자적 제재 회피 이론으로의 전환 과정을 제시한다. 제재 부과국이 경제적 제재를 시행하면, 제재 대상국은 제3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제재의 압박을 완화하거나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3]. 그러나 제재가 강화되면 제재 대상국은 독자적인 경로를 통해 제재를 회피하고자 한다. 이는 제재 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제3국의 제재 불참에 따른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제3국의 제재 이행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제재 대상국과 교류하는 국가들에게도 동일한 수준의 제재를 부과한다 [13].

(그림 1) 제재 회피 이론과 독자적 제재 회피 이론
제3국과의 협력이 어려워지는 경우, 제재 대상국은 새로운 제재 회피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 제재가 지속됨에 따라 제재 대상국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커지며 [14], 제3국과의 협력 없이도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이버 활동 등의 제재 회피가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15]. 본 연구는 이러한 독자적 제재 회피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북한 사례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최근 북러관계 강화에 따라 제재 이행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북한의 제재 회피 전략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분석하기 위해 텍스트마이닝을 활용한다. 분석 대상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나타난 제재 회피 관련 텍스트 데이터다.
2017년 유엔 대북제재 강화 이후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 2375호, 2397호 등), 북한의 독자적인 제재 회피 전략이 확대되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본 연구는 2017년 이후 자료를 연구 대상을 설정한다.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사용한 다양한 전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패널 보고서에는 밀수(smuggling), 선박 간 환적(ship-to-ship transfers), 사이버 공격(cyber threats) 등의 회피 수단을 기록한다. 패널 보고서는 매년 발표되는 (러시아의 반대로 2025년부터 발간 중단) 공식적인 자료로 선행연구에서도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한다 [16,17].
한편, 텍스트마이닝은 대규모 문서에서 중요한 패턴과 의미를 추출하는 데 유용한 분석 도구로, 비정형 데이터를 정량적 정보로 전환하는 데 활용된다. 본 연구에서는 텍스트마이닝 기법을 통해 북한의 제재 회피 전략에 관한 키워드, 빈도수, 연관성을 파악하고, 시계열적으로 전략의 변화를 분석한다.
본 연구는 보고서 내의 제재 회피와 관련된 주요 문장을 추출하고, 자연어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를 통해 주제별로 분류하였다. 특히, 'smuggling', 'cyber', 'crypto', 'ship-to-ship'과 같은 주요 키워드의 출현 빈도와 변화 양상을 분석하여 전통적인 제재 회피 수단과 사이버 기반 회피 전략 간의 전환점을 도출하였다. 이 과정에서 워드 클라우드, 빈도 분석 등을 사용하여 제재 회피 전략의 다각적 특징을 제시하였다.
3. 국제사회 대북제재 강화
3.1. 유엔 대북제재 강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실험에 대응하여 2006년부터 대북제재 결의안을 발표해왔다. 이러한 제재의 주된 목적은 북한의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저지하고, 경제적 압박을 통해 북한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데 있다 [16]. 초기의 제재는 주로 무기 및 군사 기술의 수출입을 제한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나, 2016년부터 제재가 북한의 핵심 산업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면서 그 범위와 강도가 점차 확대되었다 [18].
2016년에 발표된 결의안 2270호는 북한의 주요 광물 자원 수출을 금지하였다. 이 결의안은 금(Gold), 바나듐 광석(Vanadium Ore), 티타늄 광석(Titanium Ore) 등의 금속 자원을 포함해 북한이 외화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원들의 수출을 차단하였다. 같은 해 채택된 결의안 2321호는 은(Silver), 구리(Copper), 아연 (Zinc), 니켈(Nickel) 등의 금속 자원과 석탄(Coal) 수출을 추가로 금지하였다.
2017년 제재는 더욱 강화되었다. 결의안 2371호는 철과 철광석(Iron and Iron Ore), 납과 납광석(Lead and Lead Ore), 해산물(Seafood) 등의 수출을 금지하였다. 같은해 결의안 2375호를 통해 섬유(Textile) 제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추가하여 북한의 주요 수출 경로를 차단하고자 하였다. 결의안 2397호는 북한의 원유 및 정제유 제품(Refined Petroleum Products)의 수입을 대폭 제한하였다. 이 결의안은 북한의 원유 수입 상한을 설정하고, 정제유 수입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여 북한의 에너지 공급을 심각하게 위축시켰다. 또한, 결의안 2397호는 북한의 해외 노동자를 24개월 이내에 송환하도록 요구하며, 해외 노동을 통한 외화 수입도 차단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유엔 제재는 이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에 직면하였다. 모든 유엔 회원국이 제재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각국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제재 이행 수준에 차이가 발생했다. 일부 회원국은 제재 이행에 소극적이었거나 아예 이행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차이는 제재의 실효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3.2. 미국 대북제재 강화
미국의 대북제재는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실험에 대응하여 점차 강화되었으며, 그 범위는 북한뿐만 아니라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관과 기업까지 확장되었다. 미국은 유엔 제재의 한계를 보완하고,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과 무역을 중심으로 강력한 제재를 적용해왔다. 특히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는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과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삼아, 제3국이 북한과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막으려는 강력한 제재 수단이라 할 수 있다 [19].
미국의 대북제재는 다양한 법적 기반을 통해 이루어진다 (<표 1> 참조). 이들은 북한과의 거래를 금지하고 대외 지원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20]. 또한, 미국의 2차 제재는 기존의 1차 제재와 달리 북한뿐만 아니라 북한과 경제적으로 연계된 제3국의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2차 제재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들이 미국 금융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여, 국제 금융 거래에서 배제시킨다. 예를 들어, 오토 웜비어 대북제재 및 집행법(Otto Warmbier North Korea Nuclear Sanctions and Enforcement Act)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 기관에 자산 동결과 금융 거래 제한을 가하는 등의 엄격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미국 의회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21]. 미국의 2차 제재는 유엔 제재가 이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했다. 미국은 2차 제재를 통해 북한과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제3국의 기업과 금융기관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함으로써, 북한의 국제 금융 거래를 차단하고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18].
<표 1> 미국 대북제재 근거 주요 법률

4. 북한의 사이버 위협과 제재 회피
4.1. 북한의 제재 회피 실태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전략을 통해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서 추출한 텍스트 데이터를 워드클라우드를 통해 보면(<그림 2> 참조), 북한의 제재 회피전략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우선 "China"는 북한의 제재 회피 전략에서 중국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북한은 오랫동안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우회해왔다 [2,4]. 중국은 북한의 주요 무역 파트너로서, 제재 대상 물품을 밀수하거나 불법 무역을 통해 북한의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 "Russian"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러시아는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에서 중요한 파트너국으로, 에너지 부문에서 주요 자원을 제공해왔다 [22]. "Company" 역시 북한의 불법 거래에 여러 기업이 관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기업들은 대북제재 하에서도 북한과 거래를 지속하며, 북한의 제재 회피에 기여하고 있다 [16].

<그림 2> 패널보고서 워드클라우드 결과
워드클라우드 결과는 북한의 다양한 제재 회피 전략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Vessel"과 "Ship"은 북한이 제재 회피에 주로 사용하는 선박 간 환적(ship-to-ship transfers) 활동을 시사한다 [23]. 북한은 제재 대상 품목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 해역에서 선박 간 환적을 수행하며, 석유, 가스, 기타 자원을 불법적으로 획득하였다 [24]. “imo” 역시 이러한 북한의 불법 해양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는 전 세계 선박을 등록, 관리하는 국제기구다. 북한은 선박 등록 이후, 제재 회피를 위해 선박의 깃발을 변경하거나 위치 추적 시스템을 비활성화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였다 [25].
"Bank"는 북한이 국제 금융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을 통해 외화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나타낸다. 북한은 다양한 금융 기관을 공격하여 제재로 인한 자금 부족을 메우고 있다. 특히, 라자루스 그룹(Lazarus Group)과 같은 북한의 해커 조직들은 암호 화폐 거래소를 해킹하거나, 은행 시스템에서 자금을 탈취해왔다 [26].
4.2. 독자적 제재 회피 등장
4.2.1. 제3국 협력과 제재 회피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제3국 협력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제재 회피 전략을 사용해 왔다. 이러한 협력은 북한이 제재의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고, 자원과 자금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북한은 밀수(smuggling), 선박 간 환적(ship-to-ship transfers), 불법 거래(illegal activities)와 같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제재 회피 시도를 지속해왔다. 우선, 밀수는 북한의 가장 오래된 제재 회피 수단 중 하나로, 제3국 협력이 중요하다. 북한은 광범위한 밀수 네트워크를 운영해 왔으며, 석탄, 철강, 석유 등 제재 품목이 된 물자를 몰래 수출하거나 외부에서 사치품을 반입해 왔다 [27]. 특히, 북한은 중국과의 해상 밀수를 통해 석유와 같은 필수 자원을 확보하며,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려고 시도해 왔다 [28].
또한, 선박 간 환적(ship-to-ship transfers)은 북한이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주로 사용한 전략 중 하나다. 북한은 공해상에서 제3국 선박과 비밀리에 물자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자원을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연간 수백만 배럴의 석유를 불법적으로 수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유엔 제재가 강화된 2017년 이후 북한은 이러한 선박 간 환적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으며,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경제적 교류가 차단된 상황에서도 에너지 자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해준 중요한 제재 회피 수단이었다 [29]. 이 과정에서 중국과 같은 국가들이 북한의 해상 밀수 및 환적 활동을 용인하거나 묵인함으로써 북한의 제재 회피 전략을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북한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국제사회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다양한 제3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왔다 <표 2>는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등장한 국가별 빈도 순위이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 등 기존 협력국을 넘어 다양한 국가와의 협력을 전개해왔다. 예를 들어, 2019년에는 말레이시아와 같은 새로운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제재 회피 네트워크를 다변화했고, 2020년에는 세네갈, 캄보디아 등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로 협력 네트워크를 확장하기도 하였다.
<표 2> 연도별 상위 10개국 변화

그러나 2020년대 들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미국의 2차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북한의 전통적 제재 회피 수단은 점차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다. 특히, 미국의 2차 제재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이나 기업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함으로써 제3국과의 협력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북한은 기존의 제3국 협력에 의존한 전략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제재 회피 수단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전통적인 제재 회피 전략은 제3국과의 협력에 크게 의존해 왔으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경제적 압박을 완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북한은 기존의 협력 전략에서 독립적으로 제재를 회피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가고 있으며, 최근 사이버 위협 중심의 전략적 변화로 이어진다 [5].
4.2.2. 사이버 위협 중심의 제재 회피 전략 재편
북한의 제재 회피 전략은 2018년 이후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사이버 위협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독자적 제재 회피 수단으로 급격히 전환되었다 (<그림 3> 참조). 이는 제3국과의 협력에 의존하던 기존 전략에서 점차 독립적인 회피 수단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제재 회피 이론은 제재 대상국이 제3국과의 협력을 통해 경제적 제재를 무력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반면, 독자적 제재 회피 이론은 제3국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제재를 우회하는 경향을 설명한다.

<그림 3> 북한의 제재 회피 변화(2018-2024)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북한의 제재 회피 전략은 여전히 제3국과의 협력에 크게 의존했다. 선박 간 환적(ship-to-ship transfers)은 북한이 해상에서 제3국 선박과 자원을 교환하는 대표적인 방식으로, 특히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꾸준히 높은 빈도를 기록했다. 반면, 밀수(smuggling)는 상대적으로 낮은 빈도를 보였지만 2021년에 일시적으로 증가한 후 다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제재 강화로 인해 물리적 회피 수단이 점점 더 어려워졌음을 시사한다. 불법 거래(illegal activities)는 꾸준히 유지되었으며, 이러한 활동들은 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북한의 제재 회피 전략은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국제사회의 감시망이 점점 더 촘촘해지면서, 물리적인 제3국 협력에 의한 회피 수단은 점차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다. 특히 미국의 2차 제재가 강화되면서 제3국의 금융기관과 기업들도 제재를 받게 되자, 북한은 물리적 지원 없이도 독립적으로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사이버 공격(cyber)과 암호화폐 탈취(crypto)를 주요 전략으로 채택하게 되었다.
2023년과 2024년에 사이버 공격과 암호화폐 탈취의 빈도는 급격히 증가하였다. 2023년 사이버 공격 빈도는 69회였으나, 2024년에는 137회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암호화폐 탈취 역시 2023년 17회에서 2024년 108회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이러한 증가는 북한이 더이상 제3국과의 협력에 의존하지 않고, 사이버 공간을 활용해 독자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독자적 제재 회피 이론을 뒷받침한다. 전통적인 제재 회피 이론은 제3국의 경제적 협력에 의존해 제재를 우회하는 방식에 중점을 둔다. 즉, 북한이 중국, 러시아 등의 '흑기사' 역할을 하는 국가들과 협력해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독자적 제재 회피 이론은 북한이 더 이상 제3국 협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이버 공격과 같은 자체적인 회피 수단을 개발함으로써 독립적으로 제재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북한은 2020년대 들어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에 맞서 독자적 제재 회피 수단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왔다. 초기 제재 회피 수단인 선박 간 환적, 밀수와 같은 전통적 방식은 제3국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지만, 유엔과 미국의 제재가 더욱 강화되면서 제3국이 북한과의 협력에 소극적이거나 철회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북한은 더 이상 제3국의 물리적 지원에 의존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사이버 위협을 통해 독립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새로운 전략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게 되었다.
5. 결론
북한은 제3국과의 협력 및 다양한 불법 해양활동을 통해 제재를 우회하며,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밀수, 선박 간 환적, 불법 거래 등 전통적인 방식을 넘어, 사이버 공격과 암호화폐 탈취와 같은 독자적인 제재 회피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는 선행연구에서 밝힌 제재 회피 노력과 맥을 같이하며, 제재를 받은 국가는 경제, 정치적 우선순위를 재조정하여 제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뒷받침한다 [30,31].
북한의 사이버 위협 중심의 제재 회피 전략은 국제 사회의 제재 강화에 따른 새로운 대응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재 대상국이 제3국과의 협력에 의존해 제재를 회피하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북한은 점차 독자적인 경로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경제적 압박을 상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독자적 제재 회피 이론을 뒷받침하며, 북한이 사이버 공간을 활용해 제재를 회피하고 자원을 확보하는 능력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텍스트마이닝을 활용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기록된 북한의 제재 회피 전략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북한이 제3국의 협력에 의존하던 초기 전략에서 점차 독립적인 회피 수단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특히, 2023년과 2024년에 사이버 공격과 암호화폐 탈취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북한이 더 이상 물리적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디지털 공간에서 자금을 확보하며 제재를 우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향후 대북제재 정책은 북한의 사이버 위협과 독자적 제재 회피 전략에 대한 보다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기존의 물리적 경로에 대한 감시 강화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의 제재 회피 활동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제재 회피 전략이 전통적인 방식에서 사이버 공격과 암호화폐 탈취와 같은 독자적인 수단으로 전환됨에 따라, 국제사회는 보다 정교하고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제재 방식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며, 새로운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북한의 독자적 제재 회피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기존 대책을 구체화하고 실질적으로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금융 시스템과 암호화폐 거래소를 표적으로 삼아 자금을 탈취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사이버 보안 협력을 강화하고, 정보 공유 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특히, 주요 국가와 국제기구는 사이버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북한 해커 조직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글로벌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북한의 해상 밀수 및 선박 간 환적과 같은 전통적인 제재 회피 수단에 대한 감시 역시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위성 감시와 자동선박식별 시스템을 활용하여 선박 간 환적 및 밀수 활동을 감지하고, 북한 선박의 이상 활동에 대한 실시간 분석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상 활동에 연루된 선박과 기업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고, 국제 해운업체와 협력하여 불법 활동을 방지할 수 있는 감시망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2차 제재를 활용하여 제3국의 협력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부과함으로써 제재 이행 수준을 높이고, 제재를 우회하려는 시도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는 대북제재의 이행 모니터링 기구를 강화하고, 비협조적인 국가의 참여도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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